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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동주 줄거리, 실화 내용, 총평

by mytstory2544 2025. 4. 9.

동주 영화 포스터

줄거리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았던 시인 윤동주와 그의 사촌 송몽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영화는 1943년 일본 감옥에 수감된 윤동주(강하늘)가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로 시작됩니다.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인 윤동주와 송몽규(박정민)는 성격이 매우 다르지만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시인의 꿈을 품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동주와 달리, 몽규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청년입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중국과 간도를 오가며 독립투쟁에 관심을 보이던 몽규는 민족의 독립을 위해 투쟁할 것을 결심합니다.

 

 1935, 동주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를 투고하지만 안타깝게도 낙선합니다. 이후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한 동주는 일제의 압제 속에서도 꾸준히 시를 쓰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갑니다. 한편 몽규는 독립운동에 더욱 깊이 관여하며 적극적인 항일 활동을 펼칩니다.

 

 창씨개명을 강요받는 등 일제의 압박이 심해지자, 두 청년은 함께 일본 유학을 결심합니다. 도쿄제국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동주는 불의에 적극적으로 맞서기보다는 시를 통해 시대의 아픔을 표현합니다. 반면 교토제국대학에 입학한 몽규는 현지 조선인 유학생들과 함께 독립운동을 이어갑니다. 두 사람의 다른 항거 방식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난 총을 들테니, 넌 시를 써라"라는 몽규의 유명한 대사로 그들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표현합니다.

 

 결국 일본 경찰은 독립운동에 연루된 조선인 유학생들을 체포하기 시작하고, 몽규와 동주도 체포됩니다. 동주는 자신이 쓴 시가 독립운동과 연관이 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복역하게 됩니다. 감옥에서 동주는 고문과 인체실험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결국 19452, 해방을 6개월 앞두고 27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합니다. 몽규 역시 같은 시기에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영화는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간 두 청년의 우정과 각자가 선택한 저항의 방식, 그리고 시와 투쟁을 통해 빼앗긴 나라의 독립을 염원했던 그들의 짧지만 의미 있는 삶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실화 내용

 영화 '동주'는 실제 시인 윤동주와 그의 사촌 송몽규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실제 윤동주는 1917년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짧은 생애 동안 아름다운 시들을 남긴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입니다. 송몽규 역시 윤동주와 같은 해에 태어난 실존 인물로, 독립운동가였습니다.

 

 이준익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 속 송몽규의 이야기는 80%가 실화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설정, 그리고 윤동주가 시를 쓰고 송몽규가 독립운동에 앞장섰다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모두 역사적 진실에 부합합니다.

 

 실제로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후 1942년 일본 도쿄의 릿쿄대학 영문과에 입학했고, 송몽규는 교토제국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일본 유학 중 두 사람은 체포되었는데, 이는 송몽규가 연루된 조선어학회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윤동주가 쓴 시들이 독립운동과 연관이 있다고 오해를 받아 체포되었다는 설정도 실화에 가깝습니다. 윤동주는 19437월에 체포되어 교토형무소에서 약 6개월 간 복역한 후, 후쿠오카 형무소로 이감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1945216, 27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그의 사인은 영양실조와 폐결핵이었지만, 일제의 생체실험 희생자였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송몽규 역시 비슷한 시기에 옥중에서 사망했습니다. 영화에서는 감옥에서 송몽규가 윤동주에게 건네는 "난 총을 들테니, 넌 시를 써라"라는 대사가 인상적인데, 이는 실제 두 사람의 관계와 항일 방식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로, 이준익 감독의 각색입니다.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그의 사망 이후인 1948년에 발간되었습니다. 이는 영화에서도 짧게 언급되는데, 윤동주의 친구 정병욱이 보관하고 있던 원고가 해방 후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이 시집에는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그의 대표작들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윤동주의 시적 고뇌와 내면의 갈등, 그리고 송몽규의 적극적인 독립운동 활동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두 인물 간의 구체적인 대화나 일상적인 모습은 일부 각색되었습니다. 특히 두 사람의 성격 대비를 통해 당시 조선인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저항의 다양한 형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총평

 이준익 감독의 '동주'194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을 그린 뛰어난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흑백영화라는 형식적 선택을 통해 시대적 배경을 효과적으로 재현하면서도, 두 청년의 내면과 시대의 아픔을 섬세하게 포착해 냈습니다..

 

 먼저 주목할 만한 것은 영화의 형식적 미학입니다. 이준익 감독은 자신의 전작들보다 훨씬 절제된 흑백 화면으로 영화를 구성했습니다. 이러한 선택은 단순히 과거 시대를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윤동주의 시적 감성과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입니다. 브런치스토리의 한 리뷰에서는 "'동주'는 화려한 기교나 과장 없이 진실하고 정직한 영화로 평가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형식적 미학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은 강하늘과 박정민의 뛰어난 연기력입니다. 강하늘은 내성적이고 고뇌하는 시인 윤동주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으며, 박정민은 열정적이고 행동력 있는 송몽규를 설득력 있게 연기했습니다. 특히 박정민은 송몽규 역을 소화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는데, 한 인터뷰에 따르면 "연기에 몰입하다 안압이 올라 핏줄도 터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두 배우의 헌신적인 연기는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켰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역사적 인물의 일대기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끄러움'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윤동주의 시세계와 내면의 갈등을 탐구합니다. 윤동주가 작품에서 종종 언급하던 '부끄러움'의 감정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와 자기 성찰을 상징합니다. 포항공대신문의 리뷰에 따르면 "'동주'는 윤동주와 그의 친척, 송몽규의 삶을 재조명한 영화로... 윤동주가 북간도에 살았던 시절부터 일본에서 옥사하기까지의 일생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이러한 주제의식의 일관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영화는 또한 윤동주의 13편의 시를 내레이션으로 삽입하여, 시인의 내면세계와 시대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연결시킵니다. '흰 그림자', '쉽게 씌여진 시', '별 헤는 밤' 등의 작품들은 단순한 배경 요소가 아니라, 영화의 정서적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장치로 활용됩니다. 특히 윤동주의 대표작 '서시'에 담긴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구절은 영화 전체의 주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은 윤동주와 송몽규라는 두 인물의 대비를 통해 항일 저항의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K스피릿의 리뷰는 "영화 속 송몽규는 일본 교토에서 조선인 유학생들 앞에서 '민족이 민족을 핍박하고 억압할 때 그 국가와 민족에게 남는 것은 패망 뿐'이라고 열변을 토한다"고 언급하며, 직접적인 행동과 시를 통한 저항이라는 두 가지 방식의 대비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일부 비평가들은 영화가 윤동주의 내면세계나 그의 시 세계에 대한 더 깊은 탐구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한 블로그 리뷰는 "영화를 보고 먹먹함이 한동한 가시지 않았다. 이 영화는 윤동주에 대한 이야기인가, 우정에 대한 이야기인가, 항일 독립 투쟁에 대한 이야기인가, 시에 대한 이야기인가에 대한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라고 언급하며, 영화의 초점이 다소 분산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영화는 두 주인공의 비극적인 죽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자막으로 처리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그들의 죽음에 대한 상상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에 더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일부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종합적으로, '동주'는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를 살아간 두 청년의 삶과 죽음을 통해 저항과 예술,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 역사의 아픈 시기를 되돌아보게 하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인간성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아트인사이트의 한 리뷰는 이 영화를 "내 생애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라고 평가하며, "이준익 감독님의 영화답게 서사의 흐름이 강조된 작품이자 흑백영화라는 점이 이 영화의 강렬한 인상에 한몫했던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영화 '동주'는 단순한 역사물이나 전기영화를 넘어, 우리에게 부끄러움 없는 삶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저항과 예술의 의미는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뛰어난 작품입니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의 구절처럼, 이 영화는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먼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의 관객들에게 가깝고 의미 있게 다가오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