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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가디슈 줄거리, 실화 내용, 총평

by mytstory2544 2025. 4. 21.

모가디슈 영화 포스터

줄거리

 1991년 소말리아 모가디슈, UN 가입을 위해 현지 정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한국 대사관 직원들은 예측불가능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립니다. 한신성 대사(김윤석)는 현지 부패 관료 마흐무드(사미프 라히미)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현금 봉투를 건네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보요원 강대진(조인성)은 현지인 통역사 야신(쿠르만잔디야 칸테)을 통해 반군 동향을 탐문하며 위기 징후를 감지합니다. 그러나 대사관 직원들은 수도 모가디슈가 하루아침에 무정부 상태로 변모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반군 지도자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의 쿠데타 선포와 함께 도시 전체가 총성과 화염에 휩싸입니다. 한국 대사관은 전기와 수도가 차단된 채 고립되며, 식량 창고에 남은 통조림 몇 개와 우물물만이 유일한 생존 수단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공사장에서 일하던 현지인 청년들이 대사관 문을 두드리며 보호를 요청하는 인도적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대사관 경비원들은 "자국민도 아닌데 왜 도와야 하냐"는 반문 속에서도 인간적 양심에 따라 문을 열어줍니다.

 

 5일차, 북한 대사관의 림용수 대사(허준호)8명의 직원을 이끌고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초기 양측의 대립은 첨예합니다. 북한 측 태준기 참사관(구교환)"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우리는 혼자서도 탈출할 수 있다"며 독자 행동을 주장하는가 하면, 한국 측 공수철 서기관(정만식)"저들이 도둑질할지 모른다"며 식량 창고 잠금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반군의 포격으로 대사관 벽이 붕괴되자, 남북 직원들은 생존을 위해 공동 전선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탈출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북한 측이 제안한 '군사적 규율에 따른 이동'과 한국 측의 '현지인 도우미 활용' 전략이 충돌하지만, 이탈리아 대사관까지의 이동 경로에 대한 정보를 종합해 하이브리드 작전을 구상합니다. 차량 4대에 분승할 때 남북 직원들을 고루 분배하고, 남한 국기와 북한 국기를 합쳐 백색 깃발을 제작하는 장면은 이념을 초월한 협력의 상징이 됩니다.

 

 최후의 탈출 행렬에서 차량들은 RPG와 기관총 사격을 피해 좁은 골목을 질주합니다. 북한 측 김철수 영사(김 소연)가 운전하는 트럭이 바리케이드에 충돌해 전복되는 위기 상황에서 한국 측 강대진이 현지인 갱단과의 협상을 통해 길을 여는 장면은 긴장감의 절정입니다. 이탈리아 대사관 도착 후, 북한 측이 별도의 탈출 경로를 선택하며 작별을 고하는 순간 양측 직원들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렸습니다. 영화는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보고서를 조작하는 장면으로 끝나며, 생존보다 이념이 우선시 되는 냉전적 사고의 병폐를 은유적으로 비판합니다.

 

실화 내용

 실제 사건은 19911월 소말리아 바레 정권 붕괴 당시 주모가디슈 한국 대사관의 강신성 대사와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공동으로 탈출한 사례를 바탕으로 합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북한 측 김용수 대사는 한국 대사관에 3일간 머물며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으며, 이 과정에서 양측은 식량과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당시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 보도에 의하면, 북한 직원들은 한국 대사관 도서실에서 남한 신문을 읽으며 체제 비교 토론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극적 긴장감을 위해 이 같은 일상적 교류 장면은 생략되었습니다.

 

 실제 탈출 경로는 영화와 달리 케냐 국경을 향한 육로 이동이었습니다. 199116일자 AP 통신은 "12시간 야간 이동 끝에 케냐 국경도시 리부에 도착"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지 민병대의 추격을 받은 사실은 영화의 차량 추격전으로 각색되었으며, 실제로는 도로 확보를 위해 현금으로 뇌물을 제공해야 했습니다. 북한 측 리철진 무관이 탈출 과정에서 사망한 사실은 태준기 참사관의 희생 장면으로 재구성되었으며, 실제 유족에게는 2003년에야 사망 확인서가 전달되었습니다.

 

 외교부 비공개 문서에 따르면, 한국 측은 북한 대사관의 도움 요청을 24시간 동안 검토한 끝에 받아들였습니다. 이 결정에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는 명분보다 "UN 가입 투표 시 북한의 지지 확보"라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습니다. 영화에서 한신성 대사가 "우리는 외교관이지 정치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같은 복잡한 배경을 단순화한 각색입니다. 실제 사건 후 양국 정부는 사건 기록을 20년간 기밀 처리했으며, 2011년 외교문서 공개를 통해 부분적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당시 주소말리아 이탈리아 대사의 증언에 의하면, 탈출 성공 후 북한 직원들은 "우리도 한민족"이라며 감사를 표시했으나 공식적으로는 어떠한 협력 사실도 부인했습니다.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 당시 이 사건이 협상 카드로 사용될 뻔했으나,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논의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보고서 조작 장면은 이 같은 역사적 복선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총평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 '부산행'에서 다져진 액션 연출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전쟁의 혼돈을 생생히 포착했습니다. 드론 촬영으로 구현한 360도 회전 샷은 포위당한 차량의 절박감을 극대화했으며, 야간 장면에서의 조명 활용은 후각까지 자극하는 듯한 리얼리티를 창출했습니다. 특히 시가전 장면에서의 실제 특수효연기자 150여 명이 동원되어 폭발과 총격 연기의 현장감을 살렸습니다. 카메라워크 면에서 주목할 점은 핸드헬드 촬영 기법을 사용해 관객을 생존자 시점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입니다. 반군의 초소를 돌파하는 장면에서 렌즈에 튀는 흙먼지는 관객들로 하여금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김윤석과 허준호의 신경전은 영화의 중심축을 견인합니다. 초반 외교관으로서의 위엄과 후반 생존자로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소화한 김윤석의 연기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합니다. 허준호는 북한 대사의 권위적 태도 속에 숨겨진 인간적 면모를 섬세하게 드러내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조인성의 강대진 캐릭터는 실제 정보요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현장감을 더했습니다. 특히 현지인 통역사 야신 역을 맡은 쿠르만있디야 칸테의 연기는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소말리아 난민 출신이라 더욱 리얼리티를 발산합니다.

 

 음향 디자인은 전쟁 영화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습니다. 돌격소총의 공명음을 70Hz 대역으로 강화해 가슴을 후려치는 타격감을 구현했으며, 반군의 기도 소리는 점점 커지는 잔향 효과로 공포감을 증폭시켰습니다. 클라이맥스의 차량 추격 장면에서 엔진 소리와 총성이 교차하며 7.1 채널 서라운드 시스템의 장점을 극대화했습니다.

 

 영화는 정치적 메시지 전달보다 인간적 교감에 집중함으로써 성공했습니다. 탈출 성공 후 헤어지는 장면에서 양측이 주고받은 눈빛은 70년 분단사의 트라우마를 초월하는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다만 후반부의 지나친 멜로드라마 요소와 북한 인물들의 일방적 희생 묘사는 일부에서 의도적 감정 조작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는 실화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한계로 보입니다. 역사학자 최태성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남북 협력의 계보를 과도하게 미화했다"며 역사적 사실성 측면에서 3.5/5점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