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두 번의 이혼 경험과 세 자녀를 홀로 키우는 에린 브로코비치(줄리아 로버츠 분)는 생계를 위해 변호사 에드 마스리(앨버트 피니 분)의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직으로 일하게 됩니다. 우연히 부동산 서류 속에 섞인 의료 기록을 발견한 그녀는 캘리포니아주 힝클리 마을 주민들이 PG&E 사의 크롬 오염으로 인해 암과 유산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에린은 에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을 인터뷰하며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PG&E 측은 크롬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허위 자료를 배포하며 사태를 은폐하려 합니다. 에린은 600여 명의 피해자 명단을 암기하고, 전직 PG&E 직원의 증언을 확보하는 등 치밀한 조사를 진행합니다. 그러나 대형 로펌의 개입으로 소송이 장기화될 위기에 처하자, 에드와 에린은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권유합니다. 최종적으로 PG&E는 3억 3,3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에 동의하며, 에린은 사회적 영웅으로 떠오릅니다.
영화는 에린의 투쟁 과정에서 맞닥뜨린 개인적 고난도 함께 그립니다. 이웃 조지(에런 애크하트 분)와의 관계 악화, 자녀 양육의 어려움, 법조계 내 성차별 등 다양한 장애물을 극복해내는 모습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특히 에린이 의뢰인들의 전화번호를 모두 암기해 변호사들을 놀라게 하는 장면은 그녀의 열정과 집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실화 내용
실제 에린 브로코비치는 1990년대 초 PG&E를 상대로 한 역사적인 집단 소송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힝클리 마을의 지하수는 PG&E가 1952년부터 가스 압축기 공장에서 사용한 6가 크롬으로 오염되었으며, 이로 인해 주민들은 간암, 유산, 신경계 장애 등을 겪었습니다. PG&E는 1987년 크롬 사용을 중단했으나 1993년까지 피해 사실을 은폐했습니다.
에린은 법률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634명의 피해자 서류를 정리하며 사건의 규모를 파악했습니다. 그녀는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14개월간 1,100시간 이상 현장을 방문했으며, PG&E 내부 문서에서 크롬 사용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1996년 체결된 합의는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직접 배상금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영화와 실제의 주요 차이점은 에드 마스리 변호사의 역할에 있습니다. 실제 소송은 에드워드 매슬리와 토마스 기리지 변호사가 주도했으며, 영화에서 묘사된 것보다 더 복잡한 법적 공방이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실제 에린은 미스 퍼시픽 코스트 출신으로, 영화에서 언급된 미스 위치타 타이틀은 각색된 내용입니다. PG&E는 현재까지 6억 달러 이상의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며 피해 복구에 나서고 있습니다.
총평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에린 브로코비치'를 통해 사회 고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에린의 당찬 성격과 인간적 연약함을 교차로 표현하며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특히 그녀가 PG&E 측 변호사를 향해 "이 옷값은 내가 직접 벌었다"고 일갈하는 장면은 성차별에 맞선 여성의 강인함을 상징합니다. 앨버트 피니는 에드 역을 통해 법조인의 양심과 전략가적 면모를 동시에 보여주며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영화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고발합니다. 힝클리 마을의 황폐화된 풍경, 오염된 지하수로 인한 어린이의 건강 피해는 산업화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PG&E의 조직적 은폐와 법적 교묘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에린의 개인적 성장 또한 중요한 축을 이루며, 무능력한 싱글맘에서 사회적 리더로 변모하는 과정은 감동을 배가시킵니다.
사회적 영향 측면에서 이 영화는 환경 소송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혁명적으로 바꿨습니다. 개봉 이후 미국 전역에서 크롬 오염 조사가 활발해졌으며, 기업의 환경 규제 강화立法이 촉진되었습니다. 에린 브로코비치 본인은 환경 운동가로 변신해 현재까지 활동 중이며, 2016년에는 힝클리 주민들을 위한 추가 소송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미학적 측면에서는 저예산 제작의 한계를 창의적으로 극복했습니다. 화려한 장면보다는 인물의 표정과 대사에 집중한 연출, 문서 더미 속에서 증거를 찾는 에린의 손동작 클로즈업 등이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다만 일부 역사학자는 PG&E의 크롬 사용 기간을 과장됐다고 지적하며, 실제보다 극적 효과를 강조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