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1960년대 미국, 열여섯 살의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가출을 결심합니다. 아버지(크리스토퍼 월큰)의 사업이 파산하고 어머니가 프랑스인 남자와 새 삶을 시작하면서 그는 홀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프랭크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재능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수표 위조로 시작했지만, 곧 그는 팬암 항공의 조종사, 소아과 의사, 루이지애나주 검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장하며 미국 전역을 누비게 됩니다. 그의 위조 기술과 변장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했고, 이로 인해 그는 14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위조수표로 사취하는 데 성공합니다. 한편, FBI의 베테랑 요원 칼 핸러티(톰 행크스)는 프랭크의 사기 행각을 쫓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교감이 형성되고, 프랭크는 종종 크리스마스에 칼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위치를 은근히 알리기도 합니다. 프랭크가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브렌다(에이미 애덤스)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는 잠시 안정을 찾는 듯하지만, 곧 그녀의 아버지가 법조인이라는 사실을 이용해 변호사로 행세하게 됩니다. 결국 프랑스에서 체포된 프랭크는 미국으로 송환되어 12년형을 선고받지만, 칼 핸러티의 도움으로 4년 후 FBI에서 위조수표 전문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범죄가 아닌 범죄 예방에 사용하며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실화 내용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실존 인물인 프랭크 윌리엄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삶을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1948년 출생한 프랭크는 실제로 1960년대에 10대의 나이로 다양한 직업을 사칭하며 위조수표 사기를 벌였습니다.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팬암 항공의 부조종사로 250만 마일 이상을 무료로 비행하며 26개국을 여행했고, 의사와 법률가로도 가장했다고 합니다. 그는 1969년 프랑스에서 체포되어 1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5년을 복역한 후 FBI에서 위조수표 전문가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안 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성공적인 사업가로 거듭났습니다. 그의 삶은 1980년 출간된 회고록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이를 바탕으로 2002년 영화가 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프랭크의 회고록과 실제 그의 삶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가 주장한 대로 전 세계를 누비며 대규모 사기를 친 것이 아니라, 그의 범죄 행각은 훨씬 소규모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그가 주장한 시기에 그는 여러 차례 체포되어 교도소에 있었다는 기록이 발견되었고, 프랑스 탈옥 이야기도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그의 가족사 역시 일부 각색되었습니다. 현실에서 프랭크는 영화와 달리 외동이 아니라 4형제 중 한 명이었으며, 부모의 이혼 시기와 그가 가출한 나이도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묘사된 칼 핸러티 FBI 요원 역시 실제 인물에 기반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 각색되었습니다. 실제로 프랭크를 추적한 수사관의 이름은 조셉 셰이(Joseph Shea)였으며, 영화에서처럼 프랭크와 깊은 유대 관계를 형성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랭크가 FBI에서 일하게 된 것은 사실이며, 그의 위조 기술과 관련된 전문성을 인정받아 보안 분야에서 활약한 것도 사실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드라마틱한 요소를 가미하여 흥미로운 범죄 코미디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총평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행크스의 뛰어난 연기가 어우러진 수작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한 청년의 정체성 찾기와 아버지에 대한 갈망, 그리고 결국 자신의 능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하게 되는 성장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 '캐치 미 이프 유 캔(잡을 테면 잡아봐)'은 단순한 도전의 의미를 넘어 프랭크가 누군가에게 자신을 잡아 이 거짓된 삶을 끝내주기를 바라는 내면의 외침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프랭크는 화려한 사기 행각 속에서도 늘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꼈고, 결국 진실된 관계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1960년대 미국의 시대상을 화려한 색감과 경쾌한 리듬감으로 재현해 내며 향수를 자극합니다. 존 윌리엄스의 경쾌한 재즈 스코어와 함께 당시의 패션, 건축, 디자인 요소들이 세심하게 재현되어 있어 시각적으로도 매우 풍성합니다. 감독은 어두운 범죄 이야기를 유머와 위트로 풀어내면서도, 프랭크 내면의 고통과 상처를 놓치지 않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리고 그를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그의 사기 행각의 근원이 되는 심리적 묘사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필요한 각색을 통해 극적 재미를 더했지만, 그 핵심 메시지는 잃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재능은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해악이 될 수도, 사회에 기여하는 선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프랭크가 결국 FBI와 협력하여 위조 범죄를 막는 데 자신의 지식을 활용하게 되는 결말은 개과천선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또한 칼 핸러티와 프랭크의 관계는 단순한 추적자와 도주자의 구도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인간적 유대로 발전하며 영화에 깊이를 더합니다.
비록 실제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이야기가 영화보다 덜 극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는 인간의 재능과 가능성, 그리고 올바른 선택의 중요성에 대한 보편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스필버그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볍고 유쾌하면서도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작품으로, 시간이 흘러도 그 매력을 잃지 않는 현대 영화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