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리뷰]26년 줄거리, 실화 내용, 총평

by mytstory2544 2025. 4. 10.

26년 영화 포스터

줄거리

 2006,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정확히 26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영화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비극적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2세대가 모여 당시 학살의 책임자인 '그 사람'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대기업 보안업체 회장 김갑세(이경영)는 자신의 비서 김주안(배수빈)을 통해 세 명의 인물을 한자리에 모읍니다. 이들은 각각 광주 수호파 중간보스 곽진배(진구),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한혜진), 서대문 소속 경찰 권정혁(임슬옹)으로, 모두 5.18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피해자의 유가족입니다.

 

 김갑세는 이들에게 충격적인 제안을 합니다. 바로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학살을 지시했던 '그 사람'을 암살하자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세 사람이지만, 각자가 안고 있는 상처와 아픔, 그리고 정의를 위한 의지로 결국 이 위험한 계획에 동참하게 됩니다. 곽진배는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강인한 신체적 능력을, 심미진은 국가대표 사격선수로서 정확한 사격 실력을, 권정혁은 경찰이라는 신분과 정보력을 활용해 작전에 참여합니다.

 

 암살 작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들은 '그 사람'의 행적과 경호 체계를 파악하고,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립니다. 그러나 작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김갑세가 실제로는 과거 광주에서 계엄군으로 시민들을 진압했던 인물이며, 그의 총검에 진배의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로 인해 팀 내부에 갈등이 생기고 작전의 진행이 위태로워집니다.

 

 최종적으로 암살 작전이 실행되는 날, 팀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인해 작전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영화는 이들의 복수 시도가 성공할 것인지, 그리고 오랜 세월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긴장감 속에서 마무리됩니다.

 

실화 내용

 영화 '26'은 직접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아니지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19805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민주화 항쟁이었습니다. 당시 계엄군은 무고한 시민들에게 무자비한 진압을 가했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실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공식 기록에 따르면 민간인 166, 군인 23, 경찰 4명 등 총 19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행방불명자로 인정되어 보상금이 지급된 사람도 47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실제 피해 규모가 이보다 더 컸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비극에 대한 책임자인 전두환(영화에서는 '그 사람'으로 지칭)은 오랫동안 법적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았으며, 이는 많은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영화의 원작은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 '26'으로, 2006년에 연재되었습니다. 강풀의 웹툰은 실제 5.18 피해자 유가족들이 전두환을 암살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광주 민주화운동의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가슴에 품은 한과 분노, 그리고 정의에 대한 갈망을 표현했습니다. 웹툰과 영화 모두 '만약에'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픽션이지만, 그 기저에는 실제 역사적 사건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광주 민주화운동의 책임자인 전두환은 1988년 퇴임 후에도 오랫동안 법적 처벌을 피해 갔습니다. 1995년에야 검찰 수사가 시작되어 1996년 내란죄와 반란죄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습니다. 그는 202190세로 사망할 때까지도 광주 학살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26'의 제작 과정 자체도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2008년부터 제작을 시도했으나 여러 차례 무산되었습니다. 당시 '29'이라는 제목으로 제작이 시도되었고 배우들까지 캐스팅이 완료되었지만, 촬영을 불과 10일 앞두고 투자사가 갑자기 투자를 철회하면서 제작이 중단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외압설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2012, 일반 시민들의 소액 투자를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인 '제작두레'로 다시 제작을 시도했습니다. 비록 목표액인 10억 원을 다 모으지는 못했지만, 4,000명 이상의 후원자가 참여하며 영화 제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영화는 다른 투자를 통해 완성되어 20121129일에 개봉되었습니다.

 

총평

 조근현 감독의 데뷔작인 '26'은 강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 현대사의 아픈 상처인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루며 피해자 가족들의 복수극을 그려낸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역사적 트라우마와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서 관객들에게 깊은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26'이 가진 가장 큰 의미는 영화의 제작 과정 자체에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여러 번의 좌절을 겪었으며, 결국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비록 크라우드 펀딩 목표액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이 영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영화 산업에서 새로운 제작 방식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의 중요한 장점입니다. 진구, 한혜진, 임슬옹 등 주연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에 진정성을 불어넣으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특히 진구는 곽진배 역할로 내면의 분노와 복잡한 감정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해 냈으며,, 한혜진은 냉철한 사격수 심미진 역할로 강인한 여성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김갑세 역의 이경영은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며 영화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영화의 액션 씬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도 돋보입니다. 특히 암살 작전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긴박함은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조근현 감독은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액션 장면과 섬세한 감정 연기를 모두 잘 다루며 균형 잡힌 연출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일부 평론가들과 관객들로부터 원작 웹툰의 깊이와 메시지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씨네21의 평론가 이용철은 "역사는 사연이 아니다"라고 평했으며, 박평식은 "후끈한 웹툰과 미지근한 스크린"이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특히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원작과 다른 접근을 취한 점은 관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일부에서는 이 영화가 역사적 사건을 단순화하거나 상업적으로 소비한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복잡한 역사적 사건을 복수극이라는 단순한 형태로 표현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개봉 첫날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상업적으로도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결론적으로 '26'은 한국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담대하게 다루며, 정의와 복수, 그리고 역사적 트라우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비록 영화적 완성도나 원작의 재현 측면에서 일부 아쉬움이 남지만, 제작 과정에서부터 상영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현대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26'은 역사를 기억하고, 정의를 추구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투영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